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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시속 20㎞인 트랙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난 21일 강원 인제군 남면의 44번 국도에서 만난 강기태(26·사진)씨는 느긋하게 트랙터의 핸들을 잡은 채 “느리게 가지만 끝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고향인 경남 하동을 지난 9월18일에 출발했다니 이날로 67일째다. 부산을 거치고 청송을 지나고 태백을 거쳐 한계령을 넘어서 인제로 접어들었다. 서울을 거쳐 강화도와 인천을 지나 목포쪽으로 내려가 고향인 하동에는 내년 3월18일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국일주 여정이 무려 6개월이나 되는 셈이다.

한국교원대를 졸업한 강씨는 학생군사교육단(ROTC) 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뒤 지난 6월 전역, 2개월여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이번 트랙터 전국일주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트랙터는 여행계획서를 들고 농기계제작업체를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한 끝에 협찬을 받았다. 강씨는 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할까. 그는 이번 여행의 목적에 대해 “대한민국 20대 청년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필 트랙터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부친이 하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여행이 풍경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결코 빨리 달리려 하지도, 오래 달리지도 않는다. 트랙터 속도는 최고시속 20㎞가 고작이지만, 그는 하루 2시간 이상 달리지 않는다. 대신 남는 시간에 자원봉사를 한다. 일손이 필요한 양로원을 찾아가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의 농사를 돕기도 한다. 지난 10월 중순쯤 거쳤던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서는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다가 우연찮게 마을 조기축구팀(FC진성)의 선수들과 인연이 닿아 농사일을 돕고,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무려 13일 동안을 머물렀던 적도 있다. 그는 두 달이 넘는 그동안의 여정을 통해 그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진득한 관계에 대해서 새로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