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속탄다… 전국은행연합회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대강당에서 개최한 건설사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다. 임정현기자

‘아직은 버틸만 하다?’

건설업계의 줄부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업체들의 자구 노력은 정부와 금융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금난을 해소할 ‘알짜’자산은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대출연장을 해주는 대주단 협약 가입도 눈치보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A사는 올해 들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부지 등은 매각했으나 수도권에 있는 알짜 택지는 매물로 내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30여개사 중 5~6개사가 ‘알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알짜 자산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를 할 경우 신성건설 처럼 자산을 두고도 팔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신성건설은 장부가액 1600억원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옥, 서울 강북지역의 Y상가건물 등 2000억원대의 자산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자금난에 선제대응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매각에 나섰으나 실패한 것이다.

대형건설사 한 임원은 “유동성 위기 건설사들이 장기적으로 회사 부활을 위해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건설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A사가 소유한 수도권 택지같은 매물이 나오면 제값을 주고 살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업체들이 보유한 토지를 매입하는 계획도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저조한 상태다. 한국토지공사는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 주택건설업체가 보유한 1000㎡ 이상 토지의 매입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건(110만㎡, 5891억원)이 접수됐으나 예상치 1조원에 크게 못미쳤다. 수도권에서는 7개 필지, 1311억원이 신청됐다. 전체 중 70%가량이 사업성이 낮은 지방에 있는 토지로 파악됐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택지 매입가격 기준이 공공택지는 공급가액의 90% 이하, 민간택지는 공시지가의 90% 이하로 낮기는 하지만 건설사들의 버티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토지공사에 공시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것보다 3자매각을 추진해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하지만 극심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현 상황을 볼 때는 의외”라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