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 김수진ATLASPRESS

뺀질이 여피 변호사(‘박대박’), 웃기지 못하는 무명 개그맨(‘선물’), 불륜전문파파라치(‘오 브라더스’), 포르노사이트에서 이상형을 발견한 동사무소 말단공무원(‘순애보’).

돌이켜보면 이정재(35)는 여러 길을 택해 걸어왔는데 우리는 여전히 그의 얼굴에서 드라마 ‘모래시계’의 재희, 혹은 영화 ‘젊은 남자’ 이한의 흔적을 골라낸다. 액션, 멜로, 코미디 “지루하지 않게 번갈아가며 캐릭터를 선택”, 스스로는 지치지 않았다지만 대중의 눈은 변덕스러운듯 꽤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유의 ‘절제된 도시 남자’를 찾아내는 것은 무리일듯. 팩션 사극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12월4일 개봉)에서 조선의 주먹 ‘천둥’을 맡은 이정재를 11일 AM7이 만났다.


▶ 천진난만한 캐릭터.. 오랜만에 에너지 분출

- 아직 시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정재가 망가졌다’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사람들이 ‘망가졌다’, ‘변신이다’고 하는데 난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사극이어서 대사 톤이 처음에는 좀 어색했고 과장된 액션을 해야 하는게 불편한 것은 있었다. 망가지는 것보다는 과연 이정재가 천둥에 어울릴까가 걱정이었다. 천둥이 느물느물, 건들건들한 거친 남자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꼼꼼히 보니 별로 그런 인물이 아니더라. 알고보면 천둥은 천진난만, 발랄한 사람이다.”

- ‘천진난만 발랄’은 잘 어울린다는 말이네.

“그렇다.(웃음) 난 진중하고 심각한 스타일이 아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진지한 역할을 연달아 하다가 천둥을 하면서 오랜만에 많이 웃었고,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 도시남 이미지 답답... 매번 다른 스타일로

- 이정재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여전한게 답답한가보다.

“답답하다. 하는 입장에서는 지루하지 않게 액션, 멜로, 코미디 장르도 번갈아 하고 스타일도 다른걸 고른다. 이번 영화도 내가 일하는 어떤 사이클에 따라 선택한 것이지 변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업은 새롭게 느껴지는 면이 많았다. 촬영 단계에서부터 컴퓨터 그래픽(CG)을 계산해 촬영하다보니 액션을 슬로모션으로 찍기도 했고, 정석대로 연기하면 영화 전체톤에서 겉도니까 많이 과장해야 하는 것도 신선했다.”

- 낙천적인 것 같다.

“그렇다. 낙천적이다. 종교적인 영향도 좀 있는 것 같다.”

▶ 이번 영화는 색다른 경험...‘기대반 긴장반’

- 영화 ‘태풍’이나 드라마 ‘에어시티’처럼 규모가 큰 작품의 성과가 안 좋았을 때도 영향이 없었는지.

“그렇지 않다. ‘태풍’은 워낙 노력도 많이 했고 힘들게 촬영해 당연히 보상 심리가 있었다. ‘에어시티’도 그렇고, 일을 오래 하다보니 어느 정도 찍으면 ‘감’이 오고 걱정이 시작된다. 당연히 아쉽다.”

- ‘1724 기방난동사건’의 ‘감’은 어땠나.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는게 찍을 때와 후반작업을 한 후 느낌이 완전히 다른 듯하다. 요즘 CG를 보면 완벽에 가깝고, 우리 영화도 이렇게 잘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 요즘 기대 반, 긴장 반이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