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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전’과 ‘희망’의 리더십으로 당선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흑백혼혈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에 오른 오바마 당선자와 가난을 극복하고 대기업 사장을 거쳐 대통령이 된 이 대통령은 둘 다 인생 역정 자체가 이러한 리더십의 조건을 갖추는 과정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지독한 가난으로 풀빵장수, 환경미화원 등 안 해본 것이 없고 고학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교육정책으로 이어졌다. 백인 어머니와 케냐 출신 유학생인 흑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혼혈흑인인 오바마는 피부색에 대한 차별 및 부모님 이혼과 재혼 등으로 청소년시절 술과 담배·마리화나에 빠져 살았다. 오바마도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을 문화·인종을 초월한 ‘하나의 미국’이란 모토로 이어갔다. 두 사람이 역경을 극복하는데는 부모님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대통령은 “내 스승은 가난과 어머니였다”고 단언하며 과일 행상으로 생계를 책임졌던 어머니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어머니’라는 저서에 잘 드러냈다. 1982년 컬럼비아대를 나와 직장에 다니던 오바마는 아버지가 고향 케냐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케냐에 간다. 그는 무덤 앞에서 오래 울면서 흑인으로서의 삶과 분노와 희망 등의 복잡한 심정을 저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 썼다. 그는 케냐를 다녀간 뒤 직장을 버리고 시카고 흑인 거주지역에서 도시 빈민운동에 투신했다.

정치 경력이 길지 않고 정치 주류가 아니었다는 점도 공통 분모다. 이 대통령은 1992년 민자당 소속으로 14대 국회에 입성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15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국회의원 활동 기간은 10년도 안 되고 정치권내에서 비주류였다. 오바마도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고, 2004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담대한 희망’이라는 연설로 일약 스타가 되기 전까지 흑인 무명 정치인이었다. 두 사람이 기존 질서에 대한 ‘변화’와 이념에 치우치기보다 ‘실용’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성을 대상으로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경선을 치른 것도 공통점이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는 ‘박빙’ 끝에 각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라는 여성 경쟁자를 제치고 승리했다.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67세와 47세라는 나이차만큼 가치관에서 차이를 보인다. 현대건설 사장, 서울시장 등 기업가와 행정가로서 경험과 경륜을 가진 이 대통령이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한다면, 교수와 변호사 활동을 하다 정치를 시작한 오바마는 ‘변화’에 더 적극적이다. 또 이 대통령이 기업 중심의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 규제완화, 감세를 중시한다면 오바마는 보호무역주의와 정부의 시장개입, 규제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두 정상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은 만큼, 앞으로 한·미 공조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