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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26)은 여전히 증명해야할 것이 많은 배우다. 주지훈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드라마 ‘궁’의 황태자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이하 ‘앤티크’·13일 개봉)에서 그가 보여주는 한결 자연스럽고 성숙한 연기는 충분히 밝은 미래를 점치게 한다. ‘앤티크’는 제과점 앤티크의 사장 진혁(주지훈)과 게이 파티쉐 선우(김재욱), 견습생 기범(유아인), 진혁의 보디가드 수영(최지호) 등 꽃미남 4인방의 성장을 담은 영화다.

▶ 패션계에선 동성애가 흔한 일... 거리낌없이 영화 선택

- 동성애가 주요 테마로 다뤄지는 만큼 선택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결정할 때는 전혀 걱정이 없었다. 스무살 때 모델일을 시작했고 패션 업계에는 워낙 동성애자들이 많아서 그냥 내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거부감 없이 한 공간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는데,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새삼 아직은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

- 겉으로 멀쩡하지만 상처가 있는 주인공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

“견문이 넓지 않아, 아직까지는 내 마음 상태와 똑같은 캐릭터를 만나면 끌린다. 진혁의 경우도 내 마음과 같았다. 진혁도 어느날 눈떠보니 180도 변해있는 세상을 만나면서 괴리감을 느낀다. 그는 잘하려고 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어두운 구석이 있어서 ‘무리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나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된 환경에 고통을 느꼈다. 들려오는 남들의 말보다는, 도대체 내가 왜 이 상황에 처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또 친구들을 만날때는 잘 웃고 떠들면서도 마음 한편에 어두운 감정을남기도 있는 내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 내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 연기하며 희로애락 느껴

- 바뀐 상황이 왜 괴로운가. 좋게 보면 유명해졌고, 긍정적인 변화인데.

“적응할 능력이 없었다. 아마 내 이름값이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아 사람들이 날 알아보네’하면서 마냥 즐거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난 부담스럽고,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내 주변에 흐르는 공기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니까 힘들었다. 이런 변화가 좀 괜찮아진 것은 ‘앤티크’가 거의 끝날 무렵인 것 같다.”

- 익숙해진건가.

“3년이 지난만큼 나이를 먹었으니까. 나와 같은 감정 상태의 인물을 골라 연기하면서 그 안에서 강제적인 희노애락을 겪는다. 연기를 하다보면 내안에서 뭔가 함께 풀리는 것 같다. 한 작품 끝날 때마다 내 안에서 아팠던 부분이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 요즘은 달라진 공기를 마셔도 크게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는지.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현장을 잘 전달하는 연기가 좋은 연기같다. 또 어떤 영화를 보면서 한 생각인데, 전체 비중은 작은 어떤 인물이 나올 때마다 보는 사람이 후덜덜 떨릴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것이다. 이 배우가 나오기만 하면 영화의 장르와 주제가 이 인물 중심으로 변할 정도로 압권이었다. 그런데 그때 과연 이런 명연기가 좋은 연기일까를 고민했다.”

-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저만큼의 연기력을 갖고 싶다. 욕심이 난다.(웃음) 하지만 잘 써먹어야할 것 같다. 영화 전체에 필요한 만틈을 계산해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
사진= 김수진ATLAS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