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5)씨는 올해 3월 친구와 함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로데오거리에 33㎡(10평) 규모의 퓨전떡볶이 전문점을 열었다. 직장생활 동안 아껴모은 돈 등 모두 1억5000만원을 톡톡 털은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불황 탓에 하루 평균 20만원 미만의 매출 부진이 계속됐고, 매달 300만원 이상 적자가 누적되면서 김씨는 결국 지난달말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경기 성남 분당에서 치킨전문점을 운영했던 강모(48)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1억7000만원을 투자해 66㎡(20평) 규모의 점포를 냈던 강씨는 하루 11시간씩 일했으나 올들어 거듭된 수익성 악화와 적자영업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말 폐업했다. 또 지난 7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휴업 중인 음식점 경영권을 월 70만원의 세를 주고 인수했던 김모(여·57)씨는 경기침체로 가게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휴업 상태에 있다.

국제 경기불황의 회오리에 휩쓸려 자영업자들이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업의 경우 그나마 정부의 지원이라도 받지만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은 특별한 것이 없어 속절없이 폐업이나 휴업을 하고 가슴앓이만 해야할 뿐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에서 휴업 또는 폐업한 음식점수는 전국 음식점 41만6096곳의 5.72%에 달하는 2만3812개로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음식점수 4827개의 4.93배에 달했다.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음식점 한 곳이 새로 생겨날 때마다 다섯 곳이 문을 닫는 형국이다. 또 이같은 수치는 지난 7월과 8월 휴·폐업한 음식점수 1만8091개와 1만9387개에 비해 각각 31.6%, 22.8% 증가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 9월말까지 휴·폐업한 음식점수 역시 18만1043곳에 달했다. 9월기준 등록된 전국음식점 41만6096곳의 43.5%에 달했다.

반면 올들어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음식점은 9월까지 4만9349곳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는 올들어 서울에서 휴·폐업한 음식점이 5만7300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4만2723곳), 대구(2만2910곳), 광주(1만5442곳) 등의 순이었다. 지난 8월 중소기업청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경기침체로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수가 5년 만에 600만명 아래인 594만5000명으로 줄었다. 또 한국창업경영연구소가 서울·경기지역 식당주인 18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현재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 중이며 전체 85%가 2년 이내에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