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 했다는 것은 참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국제금융 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우리가 야당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성토했다. 심지어 “자체 점검을 한 뒤 문제가 있다면 단호히 처벌해야 할 문제”라며 ‘문책론’까지 언급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 직전까지 산업은행의 인수작업이 진행된 점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데 이어 “인수했으면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의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금융 시장은 당국자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전 세계에 산업은행의 위상을 높인 점도 있다”고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시도를 옹호했다.

박 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는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세계적인 은행이 산업은행에 주식 인수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산업은행이) 대단한 곳이라는 식으로 알려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환 위기 직후 우리 기업, 빌딩, 은행을 외국인에게 싸게 판 뼈아픈 경험이 있는데 미국이 지금 유사한 상황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치 있는 미국 은행을 싼값에 인수할 수 있다면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과 당 대표가 소통을 강조한 날, 당과 청와대가 딴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현재의 당·청 관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