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발 악재가 미국의 대표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는 또다시 흔들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과 기업들이 당장 ‘돈줄’을 찾기 어렵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상태이고, 이미 예상됐던 일인만큼 내년까지 바라보는 우리 경제의 큰 흐름에는 악재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미국발 금융위기의 절정기로 진단했다. 최종적 투자자 성격을 갖고 있는 투자은행들의 부실이 현실화된 만큼 금융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당장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에는 어려운 기업들이 아직 있겠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까지 나온 이상 핵심적인 불안요소는 모두 불거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들이고 이미 실물경제에 반영되고 있어 이번 사태에 따른 추가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다행히 만기가 몰려 있던 채권들이 대부분 재투자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져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며 “잠복해 있던 불안요인이 제거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경제가 금융불안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로 더 위축되고, 우리나라의 수출 역시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하반기(7∼12월) 경제는 예상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경제 약화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다시 유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 따라 하반기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재무부문에서의 불안정성 탓에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내릴 수도 있을 투자결정을 함부로 내리지 못하면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부 불안요인 잡아야 = 전문가들은 이처럼 외부 요인이 불안한 시점에서는 정부가 국내의 리스크(위험) 관리부터 철저히 하는 ‘정공법’으로 경제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 본부장은 “내부의 불안요인이 커지면 외국자본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내부 경제의 안정성을 단속해야 할 것”며 “국내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된 상황인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내부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 역시 “국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가계부채 문제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신용경색 현상을 막기 위해 신속한 유동성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시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