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세계 1위 증권사 메릴린치의 매각 등 미국발 악재에 국내 은행 등 금융계와 산업계도 16일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릴린치에 5000만달러를 투자한 하나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이날 오전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 등을 체크한 뒤 이날 오후 메릴린치 매각과 관련한 회의 개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주당 인수가가 29달러인데 반해 하나은행의 메릴린치 주식 평균매입단가는 24달러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5일 오후부터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오전 현대증권은 본사 전체적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현대증권은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해 국내 금융사들의 영향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미칠 파장 등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 전고객을 대상으로 배포했다. 대우증권도 15일 리서치 인력들이 출근해 관련 사항들을 체크한 뒤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자료를 작성, 배포해 영업 직원 및 회사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의 대미수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사태는 미국의 소비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소비시장의 위축은 가뜩이나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면서 “투자은행 파산에 따른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가 BOA에 인수된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메릴린치가 피인수됐다고 하더라도 인수합병(M&A) 조직은 인적 전문성을 활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내 경기 악화로 인한 장기적 수요 감소 가능성은 있지만 근거리, 역내시장 중심인 포스코의 사업 특성상 당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