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무산으로 은행과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 계획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리먼 사태로 인한 미국 금융시장 혼란으로 올해에는 사실상 해외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번주 발행 예정이었던 1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산은은 당초 정부의 외평채 세부 발행 내용을 본 뒤 해외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하반기 발행계획이 있었는데 정부의 외평채 발행 취소로 해외 채권 발행 계획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국제 금융시장 상황 파악이 먼저이며, 리먼 사태와 외평채 발행 취소로 발행 금리가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하반기 5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발행을 계획했다가 시장 상황 때문에 연기했었다”며 “하반기 5억 달러 이상을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발행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모 방식을 통해 소규모로 자금조달을 해 왔던 국민은행은 공모방식에 의한 자금조달이 가능한지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사모방식으로 자금조달을 마쳤다”며 “자금규모가 큰 것은 공모방식이 적합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도로공사가 5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지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계와 업계를 합쳐 올해 모두 100억 달러 가량의 해외채권 발행 계획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향후 해외채권 발행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먼 사태로 인해 조달금리가 더 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외화차입 여건을 보여주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5일 기준 1.37%로 연초(0.5%)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으면 부도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으로 금융기관이나 민간기업들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가산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리먼 사태로 인해 해외채권 발행 여건은 확실히 예전보다 악화될 것이 사실”이라며 “조달금리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대환·박수진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