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리먼브러더스 한국지점의 직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사무실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선규기자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극심한 신용경색과 주가폭락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가 구제금융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미 금융위기의 또다른 ‘화약고’로 급부상하고 있다. AIG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주식이나 채권투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 회사가 국내에서 지점 형태로 생명·손해보험 영업을 하고 있어 국내 보험계약자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교적 규모가 큰 AIG손해보험 국내 지점의 6월 말 기준 자산총액은 2365억원, 가입자는 120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악의 경우 미국 AIG 영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내에서 영업 중인 AIG의 경우 현재 국내에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보험 계약자 보호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최근 불거진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과 협조해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할 예정이다.

AIG손보 관계자는 “오는 25일 본사에서 회사의 진로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AIG 서울지점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고 감독당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 준비금을 갖추고 있어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 사태와 관련, 16일 오전 국내에 진출해 있는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과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에 금융감독원 검사인력을 파견해 재산상태를 실사하는 등 국내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은 이날부터 12월15일까지 예금 판매와 지급, 여신 취급, 채무변제 행위, 자산 처분 등을 하지 못한다. 또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은 같은 기간 본사와의 거래, 해외 송금과 자산 이전 등이 금지된다.

금융위는 “영업정지 조치는 서울지점의 자산을 보전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이미 체결된 외환거래와 파생상품 계약 등의 적절한 이행을 유도해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2월 설립된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은 기업금융, 파생상품거래 등 투자금융 업무를 하고 있다. 7월 말 현재 총자산은 1조6219억원, 자기자본은 510억원이다. 인터내셔널증권 서울지점은 2001년 12월 설치됐으며, 종합증권업과 선물업 등을 하고 있다. 총자산은 1조8000억원, 자기자본은 4075억원이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