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등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 쓰나미’가 국내 시장을 덮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투자은행 서열 3위인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고, 4위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것 외에도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 미국 최대의 저축대부조합(S&L)인 워싱턴뮤추얼 등 금융사들의 추가 파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후폭풍’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책당국이 시장의 심리적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미국발 금융 쓰나미 =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은 미국 정부가 사상 최대의 공적자금을 조성했던 1980~1990년대 저축대부조합 부실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시 저축대부조합의 부실을 완전히 털어내는 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중인 미국발 금융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금융시장에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2002년에 발생한 ‘9·11 테러 사태’가 준거점이 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하락폭은 모두 9·11테러 이후 최대치였다. 세계 금융시장이 ‘동반 공황(패닉)’에 빠져들고 있다는 뜻이다.

◆ 국내 금융시장에 태풍 = 주가, 금리, 환율 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9·11테러 이후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국내 경제의 기초 여건(펀더멘털)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과 같은 패닉 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 금융시장이 직·간접적으로 밀접히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16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지난 주말보다 1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14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도 지난 주말보다 30원 이상 폭등하며 1140원대로 폭등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며칠만 더 지속될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금융시장이 동반 붕괴될 가능성조차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 국내 기준금리 인하할까 = 미국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미 연준이 오는 16일(한국시간 17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해 1.75%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 블룸버그TV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 중 64%가 “오는 16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메릴린치는 “오는 16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우리나라의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국내 수출이 타격을 입고,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약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연내에 현재 5.25%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