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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파장이 단지 국내 금융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의 실물부문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은 15일 유세에서 “이번 사태는 월스트리트(금융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금융위기를 넘어 실물경제의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전세계적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대외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역시 실물경제에 치명타를 입고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6일 경제계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등으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적인 신용경색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으로 모처럼 희망의 빛이 감돌던 한국경제 전망도 불확실한 상태다.

특히 한국경제의 최대 수출시장인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베트남은 올초 외환위기가 거론됐으며 중국도 베이징올림픽 이후 투자 과열이 수그러들면서 성장률이 올해 10% 안팎에서 내년에는 8%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2분기(4~6월) -0.6%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했다.

국내 경제 여건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수시장 2분기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하는데 그쳐 증가세가 둔화됐으며 전분기대비로도 지난 2004년 2분기 이어 4년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하반기에도 5%대의 고물가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당초 전망보다 높은 5.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유가하락의 영향이 미치려면 3개월 이상 필요한데다가 환율급등으로 물가상승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은 실질가계소득 감소를 불러오고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경기둔화의 악순환을 불러온다. 특히 6월말 현재 622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든지 한국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과다한 가계부채는 고금리와 결합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면서 경기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핵심 수출시장의 하나인 미국은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8월 산업생산은 자동차 생산이 11.9%나 급감한 탓에 전월 대비 1.1%나 낮아져 3년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이후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5일 밝혔다. 산업생산은 제조업, 광물, 유틸리티 생산을 합친 개념으로 경기후퇴 진입 여부를 가늠하는 4대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다.

파산한 리먼브러더스 전체 직원의 75% 이상인 2만여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용사정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머니는 16일 리먼브러더스의 직원 수천명이 회사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으며 다른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의 고용감축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미국 월가에 해고의 바람이 다시 한 번 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동시에 BoA와 합병하기로 결정한 세계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도 상당수의 직원 해고가 불가피한 상태다. 8월까지 미국 금융산업에서 6만54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특히 월가에서 8월에만 전체 인력의 5%에 달하는 9300명이 해고됐다.

이제교·심은정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