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은 9·11 사태 7주년을 맞았지만 초조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호기롭게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제2의 베트남전으로 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는 끝나가는데도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행적은 여전히 묘연하다.

여기에 부시 대통령이 비밀리에 파키스탄 월경(越境)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11일 알려지면서 미국과 파키스탄간 대테러전 공조 체제까지 균열될 위기에 처했다.

◆ 부시, 파키스탄 월경 승인 논란 =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월 파키스탄 정부의 사전동의 없이 미군의 ‘파키스탄 월경작전’을 비밀리에 승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NYT는 지난 3일 아프간 주둔 미군이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 마을을 공격해 민간인 21명이 사망한 것도 이 승인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미국이 향후 제한된 지상공격을 감행할 경우 파키스탄 정부에 통보는 하겠지만 사전 허가를 요청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파키스탄 접경지역에는 지난 4, 5일에도 미군기로 보이는 항공기가 폭격을 감행했다. 그동안 미 중앙정보국(CIA)이 무인정찰기 ‘프레데터’를 이용해 파키스탄 접경지역의 무장세력에 미사일 공격을 해오긴 했으나, 파키스탄 영토에서 작전을 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파키스탄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이같은 작전을 강행한 것은 임기가 4개월 남짓 밖에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의 초조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아프간전 미군 사망자수는 112명에 달해 아프간전 개전 후 연간기록으로는 최대였던 지난해 기록(111명)을 이미 넘어섰다. 또한 더 이상 파키스탄군과 정보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미군측이 “아프간 정부와 다국적군은 아프간 군인수를 4년 내에 현재의 약 두 배인 13만4000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이번 작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키스탄 일간 더 네이션(The Nation)은 12일 아쉬파크 파르베즈 카야니 육군참모총장이 “이번 월경작전과 같은 미국의 침략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도 이날 카야니 총장을 지지하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 미, 9·11 추모 분위기 = 11일 워싱턴 D.C에서는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9·11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공식 행사가 추모공원에서 열렸다.

부시 대통령은 추모식에서 “펜타곤 추모공원은 184명의 무고한 영혼을 영원히 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엄수된 추도식은 테러범들이 납치한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WTC) 북측 타워에 충돌한 오전 8시46분, 남측 타워에 충돌한 9시3분, 남측과 북측 타워가 각각 붕괴된 9시59분과 10시29분 등 4차례에 걸쳐 추모의 타종과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과 희생자 이름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도 이날만큼은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