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개혁안을 놓고 수개월째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볼리비아 정국이 과격 시위로 계엄령 선포 직전의 최악 위기를 맞고 있다.

11일 볼리비아 북동부 코비자 인근 지역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시위로 최소 8명 이상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의 중심지역인 동부 산타크루스주의 주도 산타크루스시에서도 이날 새벽 수백명이 폭동에 참가했다.

특히 볼리비아의 주요 수출 산업인 천연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된 남부 타리하주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100여명이 다쳤다.

야권 소속 인사들은 시위 상황이 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으며 모랄레스 대통령 측은 “내전으로까지 번질 위험이 있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레네 마우리시오 도르플레르 볼리비아 주재 브라질 대사는 “볼리비아 정부가 시위 지역에 대해 계엄령 선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여야는 지난해 11월부터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개혁안과 관련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고질적인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천연가스 산업을 국유화하고 보유한도 규제를 통한 토지 재분배 등의 안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권과 비교적 잘사는 볼리비아 동부의 유권자들은 “대통령의 권력 집중 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8월10일 실시된 재신임 투표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이 승리했으나 결과에 상관없이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내부적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볼리비아는 10일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에게 추방 조치를 내리면서 미국과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가 자신의 반대파를 지지하고 정국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추방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미국 대사에 추방 조치를 내린 것은 중대한 실수”라면서 “양국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