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전당대회를 끝내자마자 러닝메이트인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과 함께 미국 중서부지역에서 버스를 이용한 공동 선거유세전에 돌입했다.


오바마 캠프 관계자는 29일 “이제 중서부로 갈 시간”이라며 버스를 이용해 많은 지역에서 유세를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바이든의 첫 공동 유세지는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의 비버카운티다. 이곳은 경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7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힐러리 강세지역으로, ‘당내 화합’차원에서 첫 유세지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바마와 바이든은 30일 오하이오주 더블린에서 집회를 열고 31일에는 톨레도를 찾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바마는 28일 콜로라도 덴버시에서 역사적인 후보수락연설을 했다. 오바마는 이날 7만500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당원과 대의원,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인베스코 미식축구경기장에서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깊은 감사와 큰 겸허함으로 여러분의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한다”고 선언했다. 오바마는 4년전 전당대회 기조연설자로 전격 발탁된 뒤 승승장구, 이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선 후보가 됨으로써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 흑인이 대선 후보가 된 것은 1776년 미국이 건국된 지 232년 만이고, 흑인들이 1863년 1월1일 노예에서 해방된 지 145년 만의 일이다.

오바마 후보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공화당은 내주 전당대회를 열어 ‘부시 3기’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11월4일 모두 일어나 지금까지 8년이면 충분하다고 외쳐야 한다”고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후보의 이날 연설은 예상과는 달리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감성에 호소하기보다 차분하게 향후 조세정책과 외교정책 등 정책구상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경기장에 모여 있던 일부 흑인을 비롯해 백인 당원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손녀 수전 아이젠하워, 앨 고어 전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됐던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도 연사로 나와 오바마의 대선 후보 선출을 축하하고,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45년전 워싱턴 평화행진에서 ‘나에겐 꿈이 있어요’라는 명연설을 했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가족도 이날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아버지는 오바마와 그를 후보로 뽑은 당, 그리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을 미국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 주변은 테러 등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행사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행사장 입구에서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바람에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햇살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수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한편 이날 오바마의 후보수락연설에 대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잘 치렀다”는 평가를 내렸다. 매케인은 새 TV광고를 통해 “민주당이 후보지명 과정을 훌륭하게 치러냈다”며 “내일부터 다시 선거전을 계속 할 것이지만 오늘 밤만은 그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했다.

덴버 = 최형두특파원 choihd@, 양성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