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벨기에업체 인베브가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미국 최대의 맥주업체 안호이저 - 부시(AB)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AB 본사가 있는 세인트루이스의 애주가들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맥주회사를 살 경우 다시는 버드와이저를 마시지 않겠다”며 강한 반감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AB의 최대주주였던 부시가문은 인베브가 당초 제안했던 것보다 많은 주당 70달러를 제시하자 지난 7월 회사를 아낌없이 인베브에 팔아넘겼다.

AB뿐 아니라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지구촌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서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가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톰슨 로이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5년간 외국기업들의 미국기업 인수는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M&A는 2000건을 넘어섰으며, 금액으로는 4054억 달러(약 405조4000억원)에 달했다. 금액으로 보면 2006년도에 비해 2배나 늘어난 수치다.

인베브뿐 아니라 최근 몇년 동안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는 미국이 자랑하는 안약업체 알콘을 사들였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화학업체 사빅스는 GE의 플라스틱 부문을 인수했다. 미국기업이 가진 고부가가치 기술들도 매각 대상에 올라, 유럽업체 퀴아젠은 자궁암 조기발견에 필요한 획기적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 다이진을 지난해 인수했다.

물론 미국 기업들이 외국에 대거 ‘팔려나간’ 것이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이미 지난 1980년대, 자산버블과 엔고(高)현상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이 록펠러 센터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을 사들이면서 이미 한 차례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현상이 일었다.

그러나 당시 일본기업들의 M&A가 상당수 미국인들에게 반감을 준 반면 최근의 인수합병은 비교적 환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핵심관계자는 “특히 지금 미국에게는 이 같은 외국인 투자가 필요하다”며“이는 미국인들에게 수입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과 함께 미국내 주요 부동산들도 외국인 주인을 맞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투자가 발터 마이네티는 지난 2006년 뉴욕 플래티론 빌딩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 올해 6월 53%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플래티론의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빌딩의 현재 평가액은 1억8000만 달러(약 1800억원). 고가이기는 하지만 뉴욕부동산 시장의 안정성과 달러화 약세가 마이네티의 결심을 부추겼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 캐피탈 조사에 따르면 마이네티처럼 지난해 미국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들이 매각자금으로 쏟아부은 돈은 총 522억 달러(약 52조2000억원). 2006년에 비해 2배 늘었다.

리얼 캐피탈 관계자는 “지난 1980년대 지구촌을 휩쓴 주식 포트폴리오 덕분에 월가의 주식들이 팔려나갔다면, 최근 투자자들은 지리학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미국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