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불패 신화는 14일로 끝나고 말았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선수들의 투혼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국민 모두가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노골적으로 한국을 자극하던 중국 선수에게 잇따라 패한 것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아쉬움을 넘어 분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악천후 속에서 진행된 14일 여자 양궁 경기는 우리 선수들에게는 상대 선수와 비바람 외에 또 하나의 적이 있었다. 바로 중국 관중이었다. 중국 관중은 한국 선수가 활을 쏠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고 페트병을 두드리는 등 소음을 내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했다. 관중석에서 국제양궁연맹 관계자가 지나친 소음에 대해 제지하려 했지만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은메달을 딴 박성현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한국 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소음 때문에 스스로를 잘 컨트롤하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스스로 극복했어야 할 문제라고 했지만 소음의 영향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동메달을 딴 윤옥희 선수도 준결승에서 소음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양궁 경기에서 중국 관중의 심한 소음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다. 한국 선수들도 소음을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했다. 하지만 순간적인 집중력으로 승부가 결판나는 경기에서 예상했던 어려움에 흔들렸던 선수들을 탓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일 것 같다.

우리 국민은 물론 많은 국제 양궁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으로 한국 양궁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운이 나빠 한번 금메달을 내준 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인들의 축제를 자신들만의 축제로 만들려는 대국인들의 소심함도 함께 기억하게 될 것이다.

베이징 = 올림픽특별취재단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