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개막식 파문의 끝은 어딜까.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짝퉁 파문이 식을 줄 모른다. 한 건이 진정될 만하면 또 다른 건이 나타나는 등 끝없이 ‘가짜 연기’와 ‘짝퉁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가 불렀던 노래에 입만 놀렸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던 중국인 소녀의 ‘립싱크 축가’, 전세계 TV 시청자들의 눈을 속였던 ‘컴퓨터 그래픽(CG) 조작 불꽃놀이’에 이어 이번엔 ‘가짜 피아노 연주’ 파문이 들이닥쳤다. 바람 한 점 없던 개막식 날 게양된 주최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오륜기를 억지로 휘날리게 하기 위해 인공바람을 사용한 흔적도 발견됐다.

개막식 때 환상의 피아노 선율을 선보였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郞朗)과 5세 소녀 리무쯔(李木子)의 연주가 실은 가짜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짝퉁 개막식 파문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15일 대중국 인권방송인 ‘희망지성(SOH) 국제방송’은 중국 네티즌들은 랑랑이 개막식 연주를 할 당시 그랜드피아노의 삼각덮개가 닫혀 있었던 것을 지적하면서 “가짜 연주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랜드피아노는 덮개가 닫히면 음이 밖으로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없는 게 상식이다.

개막공연 당시의 화면을 분석한 일부 네티즌들은 “랑랑이 건반을 두드려도 아무 소리도 안났다” “소녀의 손가락과 소리가 맞지 않는다” “연주할 때 피아노가 흔들린다”는 등 피아노 자체가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주 당시 마이크가 없다는 점도 ‘가짜 연주’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희망지성 국제방송은 인류 최대의 축제에서 거짓 연주로 전세계인들의 감정을 농락한 게 사실이라면 올림픽을 모독한 것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개막식 때 개최국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가 게양대에 오를 때엔 축 처져 있다가 다 오른 뒤에 갑자기 펄럭인 것도 인공바람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올림픽 주경기장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하지만 게양대 가장 윗부분에 오른 오성홍기는 힘차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 뒤에 게양된 오륜기도 처음엔 축 늘어져 있다가 완전히 게양되자 마구 휘날렸다. 시민들은 “올림픽 당국이 개막식에서 축 늘어진 개최국 국기나 오륜기보다는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인공바람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공바람은 그 자체가 비난거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잇따라 드러난 개막식 짝퉁 사건들과 도매금으로 엮여 회자되는 상황이다. 짝퉁 개막식 파문이 식을 줄 모르자 중국 시민들과 네티즌들조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블로그나 토론방에서는 “가짜 아니면 보여줄 게 없나” “속상하다” “창피하다” 등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개막식에서 각 민족을 대표하는 전통의상을 입고 오성홍기를 든 채 입장해 ‘하나된 중국’을 상징했던 56명의 소수민족 어린이들 역시 ‘짝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5일 ‘은하 어린이 예술단’ 위안 지펭 부단장의 말을 인용, 개막식에 나왔던 56명의 어린이들 모두 이 예술단 소속으로 각기 다른 소수민족 출신이 아닌 한족 어린이들이라고 보도했다.

지펭은 AWSJ와의 인터뷰에서 “그날 출연한 어린이들은 모두 (소수민족으로)그럴 듯하게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불꽃놀이 장면 조작, 개막식 출연 어린이의 립싱크에 이어 또다시 ‘짝퉁’을 선보인 셈이 된다. 더구나 티베트 사태, 신장(新疆) 위구르 지역의 연이은 테러로 중국 정부와 소수민족간 긴장이 고조된 상태인 만큼 ‘소수민족으로 위장한 한족 어린이들’이 개막식에 출연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중국 당국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윈회(BOCOG)는 지펭의 주장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