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경축사에서의 대북메시지 수위는 이명박 대통령이 막판까지 고심했던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수차례 논의끝에 획기적인 제안과 같은 보여주기식보다는 차분하게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또 이 대통령이 이날 “남북이 모두 잘사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감성적 호소와 함께 ‘통일한국의 꿈’을 강조한 통일론에는 실용주의적 접근법이 녹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과 남북관계를 분리대응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 개원연설(7월11일)에 이어 또다시 전면적 대화를 제의하고 경제협력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놓쳐서는 안 될 변화의 호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득했다. 6·15와 10·4 남북정상선언의 이행 가능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당국간 대화를 하자는 제의의 연장선에 있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남북경협을 통해 실질적인 대화를 하자는 뜻으로 역시 실용적 이슈를 통해 관계정상화의 계기를 잡으려는 시도다.

이 대통령은 실제 이날 연설에서 “실질적 대북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실현하겠다”, “핵무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상생과 공영의 기회로 채워나가자”고 제안했다. 예전과 같이 북핵 6자회담과 국제협력의 진전이라는 전제는 달렸지만 그 강도는 많이 약해졌다. 남북관계를 조속히 복원하지 못한 가운데 북·미, 북·일간 수교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자칫 한반도문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가진 ‘8·6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논의사항도 새로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만나서 북한이 하루 빨리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 한국과 미국이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대북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보다 원론적이지만 ‘미래 통일의 꿈’을 상세하게 제시하는 식으로 북측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8000만 겨레가 같은 (통일의) 꿈을 꾸면 현실이 될 수 있다”며 “남과 북이 하나 되면 유라시아·태평양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축사 말미에도 이 대통령은 “위대한 통일의 시대,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