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진 전쟁’의 현장들이 50년 동안 생생하게 살아있었어요.”

미국 NBC방송의 한국전 종군기자 출신의 존 리치(91)씨는 24일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 코러스하우스에서 24일 300여점의 한국전 당시 컬러사진을 공개했다. 리치씨는 “내가 찍은 사진들이지만 50여년 동안 잊고 지냈었다”며 “53년 정전협상이 끝난 뒤 미국으로 복귀하면서 일본차 목제상자 안에 컬러필름들을 보관했는데 몇년 전 열어보니 밀봉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고 소개했다. ＜본보 7월 24일자 1·7면 참조＞

그는 “사진작가인 친구가 이 필름들을 인화해보고 ‘너무나 생생하다’고 놀라기에 공개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코러스하우스 강연에서 직접 찍은 사진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당시의 한국 지명과 휴전 협상 당시 북한군 대표들의 이름들을 정확히 기억했다.

리치씨는 “한국전은 규모 면에서 2차대전이나 베트남전보다 작은 탓에 미국에서도 ‘잊힌 전쟁’이라고도 하지만 3년간의 한국전에서 숨진 미군의 숫자가 10여년 지속된 베트남전 전사자에 버금간다”며 “한국전은 미국에도 매우 중요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300여장의 사진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의 하나는 ‘추운 거리 한모퉁이에서 웅크리고 잠든 소년의 모습’이었다며 “전쟁은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의 삶을 처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한강을 건너지 못해 울부짓던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53년 정전협정을 앞두고 한치의 땅을 두고 한국군·미군이 북한군·중공군과 치열하게 교전할 당시 “최일선의 미군들은 ‘비기기 위해 죽어야 하나(die for a tie)’며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리치씨는 “당시에는 위성송출이 없었기 때문에 전선을 촬영한 뒤 편집한 필름을 도쿄를 거쳐 뉴욕에 보내면 이틀 뒤에 도착했다”며 “이틀 뒤 본사에서 ‘탱크장면 10초, 전투장면 20초’식의 편집안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최신 전황소식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사진과 함께 당시의 기억들을 책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워싱턴 = 최형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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