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정보보호 영역에서도 2012년까지 세계 5위의 선진권으로 진입시켜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의 내실을 다져나간다는 중기 목표를 제시하면서 당장의 혼탁한 사이버 세계에 대처하기 위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서만도 대규모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이버 세계를 유영하는 유해 정보의 폐해를 차단하고 또 예방하기 위한 목적임은 물론이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이날 “정보화 역기능으로 사회 혼란과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듯이, 우리 역시 인터넷의 바다를 마성(魔性)의 핏빛 오션으로 방치할 일은 결코 아니라고 믿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은 포털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 익명성에 의한 인터넷 역기능의 최소화, 불법 스팸 광고주에 대한 형사처벌 확대 강화, 인터넷상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와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 이용 활성화, 방송사업자의 개인 정보보호 관리 수준 제고, 개인정보 노출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제 실시 등이다. 우리는 근래의 ‘쇠고기 촛불시위’와 무대를 같이하면서 인터넷에 황당한 주장이 거침없이 유포되는가 하면 유수 신문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테러’가 심각한 수위임을 되돌아보며 위원회의 종합대책 연착륙 노력을 기대한다.

같은날 김경한 법무장관이 밝힌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안도 전통적 형사법령의 공백 지대에 방치되다시피 해온 사이버 일탈을 사법 영역으로 환원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비친다. 우리 역시 입법 만능주의 내지 처벌 위주 발상은 경계한다. 법 격언 그대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다만, 기존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가 엄연하기 때문에 사이버 모욕죄를 추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은 사이버 세계가 기존 형사기본법의 영역을 벗어난 차원으로 확장된 IT의 현실을 간과한 발상이라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형법 원론으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외적 명예이며 차이가 있다면 행위수단, 곧 사실의 적시 여부가 가른다. 명예훼손은 사실의 적시를, 모욕은 사실의 적시 없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명예훼손이 현실 세계에서는 형법 제307조에 의해, 사이버 세계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의해 처벌되고 사이버 명예훼손의 법정 형량이 높은 사실을 주목하며, 모욕의 경우에도 형법을 넘어 사이버 특례규정 수요를 외면하면서 ‘인터넷을 옥죄기 위한 법’으로 매도할 일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표현의 자유 논란도 그렇다. 자유는 책임을 수반한다는 의미에서 자유가 곧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