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기업의 질탕한 운영 실상은 경영 차원의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 제도 그 자체의 문제임을 반증하는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 29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22일 상반기 감사 결과 발표는 최근의 예일 따름이다. 퇴직금을 퍼주다시피 하면서 집이 있는 직원에게 전세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의지가 퇴색되는 시의여서 그 폐해를 더 심각하게 비치게 한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감사 대상 기관들이 지난해 1만1895명에게 453억9380만원의 퇴직금을 과다 지급했다. 지급 규모로는 한국도로공사가 106억8404만원으로 가장 많다. 많은 공기업이 성과급 등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급여까지 포함시켜 퇴직금을 산정하면서도, 정작 직원 보험료를 계산할 때는 성과급을 제외하는 이중적 태도까지 보였다고 한다.

철도공사처럼 노조 창립 기념일과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유급 휴일로 처리한 것은 공공기관이라는 이름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 지난해 근로수당으로 3억9800만원을 나눠줬는가 하면 근무와 무관한 직원의 무임승차 금액도 157억원에 달했고, 노조전임자는 정부 기준보다 3배 많았다고 한다. 도로공사는 주택을 보유한 직원을 위해 25억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지원했다.

이런 공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은 해마다 20조원의 보조금 부담을 지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공기업 직원의 탐욕을 채워줘온 셈이다. 이익이 나도 제대로 납세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노무현 전 정부 5년 간 국세청이 공공기관으로부터 추징한 세금이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익의 사유화(私有化), 부담의 사회화(社會化)’인 셈이다.

우리는 이들 단면에서도 공기업 민영화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해온 이 정부가 지금처럼 스스로 동력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그것은 해당 공기업 노조 등의 이기주의에 밀려 ‘경제살리기’로부터 후퇴하는 잘못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