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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당초 방침대로 내달부터 전기와 가스 요금을 인상할 경우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를 넘어서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정부가 하반기에 기존 방침대로 가정용 전기요금을 2%, 가정용 가스요금을 30%가량 올릴 경우, 이로 인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같은 상승률은 통계청이 소비자물가를 산출할 때 각각의 품목에 부여하는 가중치를 토대로 계산된 것이다. 전기료의 가중치는 19로, 52개 생필품 중 5번째로 높고, 도시가스료는 16.1로 6번째다.

한은은 이달 초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5.2%, 연간 전체로는 4.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는 공공요금 동결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5.6%까지 치솟고, 연간 전망치는 5%대에 이르게 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요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료와 가스요금 등 두 가지인데, 동결을 전제로 하반기 물가전망을 냈다”며 “하반기에 공공요금이 오르면 실제 물가가 전망치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전기료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 연속 하락한 뒤 2006년과 지난해 각각 1.5%, 0.4% 올랐다.

이번에 2% 인상하면 2001년(4.6%)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반면 가스료는 2003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며 5년 동안 37.7% 급등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가스료를 추가로 30% 정도 인상할 방침이어서 올겨울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전기 요금 이외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버스와 택시 요금까지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가공업체들도 우유 소비자가격을 8월 중 15~20%가량 올릴 방침이다.

이처럼 물가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6%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안정되거나 추가 하락할 경우 공공요금 인상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은 추세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quali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