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멕시코 북부 레이노사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인 5명이 9일 만인 23일 전원 풀려났다.

이정관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멕시코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5명이 23일 오전 9시(현지시간 22일 오후 7시)에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어 “그동안 정부 당국이 멕시코 정부당국에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고, 현지 치안 당국도 납치범들에게 강한 압력을 행사했다”면서 “납치범들도 강한 압력에 부담을 느끼고 인질들을 석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그러나 납치됐던 한국인 5명의 신원과 납치범들의 정체, 석방 경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로,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석방된 한국인 5명은 멕시코 경찰당국에 신병이 넘겨진 상태로, 조만간 멕시코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이동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으로 알려진 이들 5명은 외교부 당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4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멕시코 북부의 국경도시 레이노사에서 차량으로 이동 중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피랍자들은 중고차 매매상인 박모(39)씨 등 멕시코를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혈연관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의 피랍 사실은 지난 21일 낮 12시쯤 피랍자 가족 1명이 영사콜센터에 전화를 하면서 처음 확인됐고, 정부 당국은 현지 공관에 비상대책반을 구성한 뒤 멕시코 중앙·지방정부의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현지 한인 변호사 1명을 통해 납치범들과 교섭을 진행해왔었다.

하지만 당초 3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던 납치범들이 현지 정부 당국의 압박만으로 인질들을 석방했다는 설명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번 피랍사건의 발생과 경과 등에 대한 사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도 일단 이 사건을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사건’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단순 납치사건으로 보고 있지만, 납치사건도 경우에 따라서는 채무관계가 연루돼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