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올해 예정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 등 남북간 사업도 성사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전반적인 대북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이뤄지면서 남북관계가 중단된 상태여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사업은 아예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북한으로 반출하는 장비·자재 공급이다. 정부는 이미 이달 중 북한에 보낼 계획이었던 남북 통신망 개선을 위한 장비·자재 공급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말 개최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경의선·동해선의 남측 출입사무소와 북측 군 상황실 간 통신선을 구리 케이블에서 광 케이블로 교체하기 위한 비용으로 31억원을 사용키로 의결했고, 7월 중 케이블 교체를 위한 장비·자재를 북한에 보낼 예정이었다.

개성공단 사업자들의 숙원인 ‘3통(通)’ 문제 해결도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행시간 확대 ▲인터넷·휴대전화 등 통신시설 확충 ▲통관 시 선별검사로 전환 등 3통 문제는 지난해 10·4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이나 지금까지 최종 합의를 끝내지 못한 상태다.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식량지원 등 인도적 부분도 ‘역풍’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일 “가능하다면 8월 금강산 면회소 개소식을 계기로 해서 이산가족 같은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협력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분위기에서는 성사가 어려워보인다. 게다가 정부는 오는 29일 완공되는 면회소의 비품과 관리 등 명목으로 4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이번 사태로 비품을 보내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면서 면회소는 당분간 ‘무용지물’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2월 합의한 대면 400가족, 특별 100가족, 화상 160가족 등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이다. 또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실사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국제기구를 통해 옥수수 5만t을 북한에 지원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던 정부의 당초 방침도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면회소 비품의 경우 구매계약 등 행정절차에 따라 아직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지 당분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