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왕자씨의 시신에 대한 정밀 부검에서도 피격 거리나 피격에 사용된 총의 종류 등 사망 당시 정황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은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르면 이날 중 부검을 의뢰한 강원 고성경찰서 등 관계당국에 부검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나, 사고가 난 금강산 해수욕장 현장 조사 등이 뒤따르지 않는 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해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군용 총기는 파괴력이 높기 때문에 10m 이상의 거리에서 쏠 경우, 그 거리가 30m이든 300m이든 시신에 남는 흔적엔 별 차이가 없다”며 북한군이 어느 정도 거리에서 박씨를 피격했는지 특정하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박씨가 당초 알려진 AK47 소총이 아닌 AK58 소총에 피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발의 총알이 모두 관통해 박씨의 몸에 남아있지 않은 데다 두 소총 모두 구경이 7.62mm로 동일하기 때문에 이 중 어느 게 피격에 사용됐는지 정확히 규명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피격 거리는 ▲시신에 난 상흔 ▲총알의 특성 ▲탄환 발사 방향 등을 단서로 추정하지만, 박씨의 경우 시신에 남은 상흔의 상태만으로 추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과수의 부검결과는 박씨가 사망한 지난 11일 속초병원에서 실시한 검안 결과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안에선 총알 1발은 박씨의 오른쪽 등 뒤에서 오른쪽 가슴 방향을, 다른 1발은 오른쪽 대퇴부에서 왼쪽 대퇴부 방향으로 관통한 것으로 나왔었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