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 기재 오류 등 관광객들의 사소한 잘못에도 벌금을 물려오던 북한이 출입금지구역 침입 등에 대해서는 억류 뒤 바로 풀어주는 등 그동안 강경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 북한군의 ‘과잉 대응’이나 ‘이상 행동’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5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지난 5월 1~5일의 ‘통행검사소 위반금 내역’ 자료에 따르면 1일 5명, 2일 6명 등 하루 평균 4~6명의 관광객이 각종 사소한 규정 위반으로 10~100달러의 위반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들의 위반 내역으로는 거주지나 직장 직위 등을 잘못 적은 사례가 가장 많았고, 휴대전화, 카세트테이프 등 미신고 물품을 멋모르고 반입하다 적발된 경우 등이 주를 이뤘다. 또 반출금지 된 금강산 현지의 돌멩이 등을 들고 나오다 벌금을 내기도 했다.

특히 K씨의 경우 2일 출경 수속 후 대기시간 동안 초병을 사진촬영 하다 적발돼 찍은 사진을 삭제당하고 동시에 100달러에 달하는 위반금을 내기도 했고, H씨는 사진촬영이 금지된 구선봉 일대를 찍었다가 30달러의 위반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격된 박왕자(여·53)씨의 경우처럼 관광객들이 출입금지구역을 들어간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잠시 억류했다가 관광조장이나 현대아산 직원이 오면 위반금 부과도 없이 곧바로 풀려나는 등 극히 가벼운 조치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실수로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갔다 적발된 경우 조사만 받고 직원들의 확인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북한 측이 위반금을 매기거나 공식적으로 통보해 온 내용이 적히는 서류에도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박씨와 같은 장소에서 밤늦게 산책을 하다 북한군에 억류됐던 김홍술(52) 목사의 경우 신원이 확인되자 20분만에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측이 김 목사의 행동에 대해 공식 문제제기나 위반금 부과, 주의 조치 등도 하지 않아 관련 기록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에는 북한 초병들이 관광객들의 출입을 제지하는 정도에 그쳤는데 느닷없이 태도가 돌변한 데는 상부의 다른 지시나 초병의 과잉대응 등 평소와 다른 특별한 상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숨진 박씨의 관광조장이었던 이형렬(26)씨 역시 본보와 통화에서 “우발적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북한군이 총을 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일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