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지중해연합’이 13일 파리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정식 출범한다. 지중해연합 구상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지도자들의 태도에 따라 향후 연합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연합 정상회의에는 유럽연합(EU) 27개국과 지중해 연안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 17개국 등 모두 44개국이 참여한다. 당초 회원국은 지중해 연안 국가들로 구성됐으나 유럽 내부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독일의 반대로 EU회원국 모두가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호적인’ 회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민자, 테러와 같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논쟁 가능성이 적은 지중해 환경 보호 및 지중해 태양광 발전 등 대체 에너지 개발, EU와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 마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 지도자들 간의 협력 여부도 큰 관심사다. 골란고원 반환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마주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두 지도자가 악수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진전’이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나,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상호 불신으로 회의 성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AP통신은 10일 전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지중해연합이 아랍과 아프리카의 단결을 방해하는 신식민주의 구상이라며 불참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터키는 지중해연합이 터키의 EU가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중해연합 구상을 적극 추진해온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중해연합 건설이 모든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지중해연합을 ‘클럽 메드’에 비유하며 ‘알맹이 없는 허튼소리’라며 반대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