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인질 구출작전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방문과 때맞춰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오비이락일까.

CNN 등은 2일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인질로 잡혀 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와 미국인 3명 등의 구출작전을 전하면서 매케인의 방문사실과 결부시켰다. 실제 매케인은 1일까지 콜롬비아를 방문하던 중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으로부터 인질구출 작전을 사전에 연락받았다고 밝혔다. 매케인은 이날 멕시코에서 “정말 위험한 작전이었는데 (성공적으로 구출작전을 마친) 콜롬비아 국민과 군, 그리고 우리베 대통령에게 축하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CNN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역시 콜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인질구출 작전에 대해 미리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이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인질구출은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키려는 콜롬비아 정부의 노력으로 풀이할 소지가 다분했다. 우선 매케인 의원은 대선후보로서 첫 해외순방지를 콜롬비아를 택하며 FTA 체결의지를 과시했다. 앞서 콜롬비아는 지난 봄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미 의회가 콜롬비아의 인권상황 등을 들어 FTA비준을 반대하자 양민살해 혐의자들인 반군지도자들을 미국 법정으로 이송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콜롬비아 FTA의 돌파구가 열렸다고 보도했고 공화당도 “이제는 콜롬비아 FTA를 추진하자”고 민주당을 압박했었다.

인질구출 발표가 있은 2일 오후 CNN은 콜롬비아에서 생중계를 하다시피했다. 매케인 방문과 때맞춰 오랜 문제였던 미국인 인질 3인이 구출되는 ‘쾌거’가 미국에 널리 알려진 셈이다. 실제 콜롬비아는 매케인의 최측근 로비스트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곳이다. 찰리 블랙이라는 매케인의 최측근이 운영한 로비회사는 콜롬비아 최대석유회사인 옥시덴털에서 18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

매케인이 콜롬비아로 떠나던 뉴욕타임스는 ‘측근이 오랜 관계를 맺은 콜롬비아로 떠나는 매케인’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실제 매케인 의원은 1일 콜롬비아 대통령과 만나 FTA와 마약퇴치, 인권개선 등의 공동관심사를 논의했다. 마치 정상회담같은 분위기였다. 이처럼 매케인이 콜롬비아를 도와주는 마당에 콜롬비아로서는 매케인에게 뭔가를 보상해주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다. 더욱이 콜롬비아 당국은 이번 작전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준비 끝에 하필 매케인 방문에 맞춰 구출작전에 나선 셈이다.

워싱턴=최형두 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