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찰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을 계기로 진보 단체들이 총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잇따른 강경책을 들고 나오자 그동안 나서지 않았던 진보 진영 원로들과 종교계가 성명을 발표하고 대규모 종교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대책회의는 정부의 강경 대응이 현실화하면서 단결하고 있으며 비교적 중도적 입장을 보이던 단체들도 진보 진영과 결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는 종교계, 학계 등 각계 진보 인사들이 모여 현 시국에 대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촛불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국의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고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며 “정부는 과거로 회귀하는 강경 진압책을 당장 거둬들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견에는 진보진영의 원로인 김상근 목사,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박경조 성공회 주교, 박재일 한살림 회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

이에 앞서 30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매향리 사태 이후 3년 만에 대규모 시국 미사를 열었다. 이어 1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개신교와 불교계 진보 단체들이 시국 기도회와 법회를 각각 열 예정이다. 그동안 촛불시위 국면에서 행동에 나서지 않던 종교계가 정부의 강경 대처 이후 본격적으로 가세하는 양상이다.

국민대책회의에 속한 단체들도 30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를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민대책회의에 사무실을 제공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한국의 시민운동과 참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참여연대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자 잊을 수 없는 큰 충격”이라고 밝혔다. 한국진보연대도 “진보연대에 대한 탄압은 이명박 정부가 색깔론을 통해 촛불을 끄기 위한 음모”라고 반발했다.

한국YMCA전국연맹도 성명서를 통해 “강경 진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때까지 비폭력 평화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중도적 성향을 보이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흥사단 등도 이번 촛불시위 정국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시민단체연석회의,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진보단체 연대기구도 경찰청 인권위원 사퇴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결집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서울환경연합 회원이 30일 국민 관보를 제작하는 등 환경단체들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