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국민에 대해 취임 이래의 실정(失政)을 사과한 데 이어 20일 자신의 직무를 보좌하는 대통령실을 전면 개편했다. 정정길 울산대 총장을 후임 실장으로 제2기 청와대를 출범시킨 것이다. 교수 출신 중심의 제1기는 문약(文弱)한 체질 그대로 정무·홍보 기능의 한계를 드러내오면서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 시비 등 도덕성 논란까지 겹쳐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제1기는 이렇듯 인사 실정에 더해 5월 초 이래 미 쇠고기 파문에 함몰돼 민심 수습은커녕 그 갈피조차 잡지 못하다가 출범 117일 만에 하차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의 개편 인사는 제1기 청와대의 태생적·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배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 실장으로 대학총장 출신을 기용하되 학자 출신 수석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정치인과 관료 출신들로 교체해 ‘학자+정치인+관료 하이브리드팀’으로 만들었다. 특히 맹형규·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을 각각 정무수석비서관과 홍보특보에 기용한 것은 그간의 ‘탈(脫)여의도식 국정운영 패턴’에 일정한 변화를 가미하면서 민심과의 소통을 더더욱 강조하겠다는 취지로 비친다.

제1기 청와대가 민심과의 소통에 실패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대통령과 보좌진 간의 소통 자체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의 종합적 진단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이 대통령에게 민심의 현주소, 있는 그대로의 민성(民聲)을 제대로 전하지도, 또 직언(直言)하지도 않으면서 대통령의 지시나 심기를 추수(追隨)하고 헤아리다보니 민심과의 괴리가 그만큼 심화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와 보좌진 간의 ‘상명하복→민심 직보체제 부실→민심과의 괴리→민심 이반’이 악순환해온 것이다.

제2기 청와대는 전임의 전철을 경계하고 우선 이 대통령에게 쓴소리, 바른 소리로 직언하는 체제를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이 대통령도 새 진용을 국민 앞에 일일이 소개하면서 “귀를 열고 자세를 낮추고 국민 섬기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개편 대통령실이 직언을 서슴지 않기까지 이 대통령의 책임 또한 가벼울 리 없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