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이름인 ‘밤꽃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지은 이름입니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아파트의 삭막함은 우리마을에는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아파트 공동체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이는 경기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밤꽃마을 뜨란채 아파트 공동체 이세근 입주자대표의 말이다. 과거 이웃간의 소통의 기반이었던 반상회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소통의 창구로 떠오른 ‘아파트 공동체’가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밤꽃마을은 주민자치가 활발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둘 책을 기증해 만든 도서관을 비롯해, 주민들이 운영하는 문화특강이 수시로 열린다. 또 정기적으로 가족들이 함께하는 운동회, 노래잔치, 사생대회는 물론 주민 소식지까지 발간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생긴 후 사이좋은 아파트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하나둘 모이기 시작된 공동체가 현재는 부녀회, 동대표, 통반장회, 주민회 모두 참가하는 즐거운 모임이 됐다”며 “장점이 많아 다른 아파트에서도 공동체 모임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파트 공동체는 기능적인 면을 떠나서 자발적으로 청소 등 아파트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며, 명절과 어버이날에는 음식을 장만해 지역 어르신을 찾아뵙고, 재난재해 사건을 위한 성금 모금 등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문화가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아파트 공동체는 일종의 기능적인 기구로 출발했다. 아파트 관리운영비, 공동시설, 쓰레기 분리수거 등 함께 처리해야 할 일들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다. 하지만, 이 기능적인 기구의 특성상 아파트 주민들의 참여여부가 곧 기능의 올바른 수행여부와 직결된다. 즉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주민 각자가 혜택받을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이에 따라 아파트 공동체는 기능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공동체 문화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현재 인터넷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아파트 공동체’만 전국적으로 1000여개다.

아파트 공동체 관계자는 “현재 공동체 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가, 노래 등 문화교실은 유행이 될 만큼 붐을 일으키고 있다”며 “또 브랜드 중심의 아파트 이름도 ‘밤꽃’ ‘까치’ ‘햇빛’ 등 주민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 운동 등을 통해 가족기능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참여연대, YMCA,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동체 운동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