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3일 오후 2시쯤 서울 청계광장 인근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한 20대 청년이 ‘국민이 들고 있는 촛불은 국민이 꺼야 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한 때 탈북자의 처참한 실상을 담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라는 이용자제작콘텐츠(UCC) 동영상 제작자 이세진(25·한양대 안산캠퍼스 신문방송학과 4학년·사진) 씨였다. 그는 지난달 2일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처음으로 촛불을 켜든 ‘촛불의 성지’에서 정반대로 ‘촛불시위 중단’을 외치고 있었다.

이씨는 논란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온 이유에 대해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월령 20개월 미만 미국 소만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고, 세계 90여 개국이 30개월 이상의 소를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한국은 무역을 통해 먹고 살아야 하는 통상국가이며, 미국 소를 수입하는 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독특한 시위인지라, 이씨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미리 나와있던 일부 시민들은 “미국 소가 위험하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를 대라”며 이씨를 다그쳤다. 볼펜과 수첩을 꺼내들고 이씨의 이름과 학교, 학번까지 묻는가 하면 “딴 데 가서 하라”고 고함치는 시민도 있었다. 반면 “용기있는 행동이다”, “나도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고 생각한다”며 격려하는 시민도 있었다. 논쟁이 격화되자 이씨는 안전을 우려한 경찰의 요청을 받고 오후 5시20분쯤 시위를 중단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