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능력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는 한국이 미국 정부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출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 대통령이 개각을 준비하는 등 쇠고기 문제 진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신문은 쇠고기 수입 문제는 당초 통상적 교역 협상으로 시작됐으나 한국 언론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인들이 먹지 않는 쇠고기를 내다 팔려고 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제기한 뒤 논란의 수렁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쇠고기 수입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했고 이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대운하 추진을 정부가 보류키로 하는 등 쇠고기 수입 논란이 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의제들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정치적 시위는 흔히 있어 왔지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발은 놀라운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광우병 사례가 3건이 보고됐고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서가 아니라 변종 질환에 의해 사망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3일 한국에서의 대규모 시위발생 사실을 전하면서 “시위자들 중 상당수는 광우병 위험이 가족에게 노출될 것을 염려한 어머니들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같은 대규모 시위가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고 전했다.

WP는 취임 100일을 맞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 20%를 밑도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이 대통령이 마음을 돌리는 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미국인보다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등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각종 루머를 잠재우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미국산 쇠고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먹을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한 뒤 큰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AP통신도 한국 정부가 사실상 쇠고기 재협상을 미국에 요청한 사실과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소식을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쇠고기 문제가 그의 지지도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고경영자(CEO)처럼 행동해왔다”며 “국민을 시민으로 보기보다 종업원처럼 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