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도록 요청하면서 한·미 양국간 통상관계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당초부터 쇠고기 협상 타결을 FTA 비준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었던 미 의회가 이번 우리나라의 요청을 빌미로 FTA 비준을 반대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4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광우병 불안의 초점을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로 잡고,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으로 악화된 민심 회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는 받고 있지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번 요청이 지난해 4월 타결된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18일 이미 타결된 합의안의 주요 뼈대인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요구에 대해 미 의회가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할 만한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자유무역의 기본틀이 훼손됐다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노형(통상법)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저 나라는 자유무역을 하지 않는 나라’라며 양국간 자유무역인 FTA 비준에 장벽이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FTA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인데 일이 어렵게 됐다”면서 “현재 어떤 방식으로든 쇠고기 수입재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미 FTA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한·미 FTA의 자동차 관련 합의내용을 재협상하자고 나설 수도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월령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입규제 외에 수입위생조건에 있는 또다른 조항까지도 개정을 요구할 경우 미국으로 하여금 FTA재협상 요구를 본격화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