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의 정기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명 중 2명은 통합민주당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연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합의하지 않은 데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3명 중 1명은 제17대 국회가 가장 잘못한 일로 ‘한·미FTA 비준 무산’을 꼽았다.

‘민주당이 쇠고기 협상을 문제 삼아 노무현 정부 때 합의한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고 있는 데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2%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앞세운 것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반면 ‘쇠고기 협상을 문제삼아 입장을 바꾼 것으로 잘한 일’이라고 답한 비율은 23.5%에 불과, 국민 상당수는 민주당의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 연계 전략에 부정적이었다.

이는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지만, 한·미 FTA 비준 문제로까지 확대시키는 연계전략은 출범 100일(6월3일)을 앞둔 새 정부의 ‘발목 잡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한·미 FTA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여전히 팽팽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미 FTA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번 결과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17대 국회에서 가장 잘못한 일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1.3%가 ‘한·미 FTA 비준 무산’을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17대 국회가 가장 잘못한 일로 ‘본회의 점거 등 국회 파행운영(32.2%)’을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1.5%는 ‘17대 국회가 잘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그 같은 부정적 평가의 원인은 바로 고질적인 국회 파행과 함께 한·미 FTA 비준 무산인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지역·지지정당·연령별로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당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주로 부산·경남(73.9%), 50대(71.6%) 등이었다. 지지정당으로는 한나라당(77.3%)과 친박연대(85%)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민주당 입장에 동조적인 응답자들은 주로 광주·전라(33%)에 거주하거나, 젊은 층(19~29세·30.6%)이었으며, 민주당(32.5%)과 진보신당(69.5%) 지지 성향을 보였다. 지역·세대에 따라 극명하게 갈려있는 한국 정치판이 그대로 투영돼있는 셈이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