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조찬 정례회동이 청와대 요청으로 당초 16일에서 19일로 미뤄졌다. 청와대는 연기 배경에 대해 칼로스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오전 회동과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와의 오찬 회동 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강 회동에서 논의될 국정 쇄신책, 구체적으로 강 대표가 당 안팎의 여론을 수렴해 제시할 ‘국민신뢰 회복방안’에 대한 조율이 미흡했기 때문이리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우리는 이 대통령과 강 대표의 내주 초 회동도 전면적인 국정 쇄신책을 제시하느냐 여부가 정국의 안정반전이냐 혼란가중이냐를 가를 분기점일 것으로 진단하고 쇄신책이 다음 5대 원칙·내용을 포괄할 수 있기 바란다.

첫째, 이 대통령 스스로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위한 자기 변혁의 노력을 재천명하고 가시적으로 실천할 것을 당부한다. 이 대통령은 앞서 13, 14일 국무회의와 국민권익위원회·미래기획위원회에서 국민과의 소통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1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남에게 바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이 모든 것을 먼저 바꿔 나가겠다”면서 “국민과 역사 앞에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이 자성한 그대로, 대통령직인수위의 독주→청와대·행정부 인사파동→4·9 총선 공천파동→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파동→쇠고기 파동 등 ‘드라마 파동’ 속에서 집권 한나라당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왔다. 비근한 예로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20일이 되도록 후임을 인선하지 못하고 있다. 또 4·18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 이후 근 한달이 지나서야 소통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민심(民心)을 읽고 따르겠다는 성심(誠心)이 그만큼 기대에 못미쳐 우리 역시 아쉽다.

둘째, 당·정·청 혼선을 정리하고 ‘정책의 소통’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잇따른 정책 혼선의 주원인이 청와대의 일방 독주로 인해 국무총리실의 정책조정 시스템이 기능부전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유념해 한나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책임총리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범여권의 ‘정설’임을 간과하지 않기 바란다.

셋째, 한나라당은 ‘이명박 리더십’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집권당으로서의 몫을 제대로 수행해오지 못한 반성과 자기혁신의 노력을 국정 쇄신안에 담아야 할 것이다. 뒷북 치고 불만을 터트리는 무기력·책임회피·혼선은 노무현 전 정권 당시의 ‘열린우리당’을 점점 더 닮아가는 모습임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넷째, 청와대와 행정부 안에서 도덕성·능력·자질면에서 문제와 한계를 보여온 인사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쇄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결연한 자세여야 국면 전환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인사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특정 지역·특정 대학·특정 교회와의 연(緣)을 고려한 인상이 짙은 ‘인사의 실패’가 얽히고설켜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켜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에 따르더라도 이 대통령 지지도는 5일의 20%대 후반에서 열흘 못돼 20%대 초반으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문제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쇄신과 획기적인 탕평 후속인사가 아니고는 민심의 기울기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다섯째, 친박 인사 복당 문제로 인한 범여권 혼선·혼란에도 종지부를 찍게 되기 바란다. 지난해 12·19 대선 이후 공천 파동과 친박 복당을 둘러싼 계파 간 분란은 정치력·결단력의 부재를 드러내면서 정국 불안을 심화시켜왔다. 친박 복당 문제에 대한 진취적인 결론으로 범여권 재결속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주문이다. 야당에 대해서도 국정 파트너 인식을 새로이해 대화 채널을 복원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과 강 대표의 5월19일은 집권 2개월이 넘는 시행착오를 겸허히 되돌아보고 당·정·청이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에 대한 결의가 충만해 있음을 국민 앞에서 다짐하는 새출발의 날이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혹 번드르르한 수사로 정국을 미봉하려 할 경우 그것은 민심을 되돌릴 또 한번의 호기를 흘려보내는 잘못일 것이다. 전면적인 국정 쇄신책을 제시해 이 대통령의 취임 3개월 이후가 종전과는 달라도 크게 달라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