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세계 유수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도심 백화점 등 대형건물 진입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해 ‘4000원짜리 교통대책’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서울시는 14일 도심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시내 69곳의 교통혼잡특별관리시설물을 지정, 진입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 4000원을 물리는 내용을 담은 ‘혼잡통행료 징수조례 개정안’을 곧 입법예고, 이르면 10월부터 백화점 등 10개 주요 건물을 대상으로 시험 적용한 뒤 내년 3월 이후 본격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6년 11월 남산 1,3호 터널에 도입한 혼잡통행료 징수제도의 대상을 12년 만에 각 도심의 전역으로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교통난을 통행료라는 손쉬운 수단에 의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행정편의주의의 한 전형에 해당한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백화점 혼잡통행료’의 경우 무슨 징벌처럼 돈으로 통행을 차단해 막겠다는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우선 실효성 자체부터 의심스럽다. 백화점에서 물품을 구입할 고객이 통행료가 무서워 들르지 않을 것인가. 오히려 백화점측에 대해 여러 형태로 통행료를 사실상 대납 혹은 보전해주는 식의 마케팅 왜곡을 초래하기 십상일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도심 백화점마다 이미 만만찮은 액수의 교통유발부담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백화점과 고객들에게 결과적으로 이중부담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서울시는 입법예고 직후 월말 대형건축물 업주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와 공청회를 거칠 계획이라면서 “혼잡통행료 확대는 징세 차원이 아니라 교통량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써 교통난의 해소다운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원점부터 되돌아보고, 혼잡통행료라는 이름의 ‘통행세’를 물리겠다는 발상을 거둬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