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식품의 안전이 국민적 절대적 관심사”임을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이날부터 이틀 예정으로 열린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와 관련하여 “FTA는 분야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조속한 비준동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한·미 FTA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의 동물성 사료 사용 법규의 흐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결여됐을 뿐 아니라 미 식품위생 당국의 규정을 오역한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쇠고기 논란은 논란대로 커지고 한·미 FTA 비준 동력 또한 그만큼씩 탄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쇠고기 협상 전후를 되돌아보면 4월18일 협상이 타결되고 1주일 후인 25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새로운 동물사료 금지 조치의 공포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해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소는 동물사료로 쓸 수 없다’면서 ‘30개월 미만 소 혹은 뇌와 척수를 제거한 소가 아니라면’이라는 단서를 ‘오역’해 30개월 미만 소 가운데 도축 검사에 합격한 소만 사료로 쓸 수 있다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뒤집었고, 농림수산식품부와 청와대는 이 오역 사실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쇠고기 협상의 한 쟁점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이 ‘실수’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미국이 핵심 조항을 강화할 것인지 완화할 것인지부터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면, 또 그로써 미 쇠고기 수입 문제가 ‘광우병 수입’쯤으로 호도되기에 이르렀다면 그 전말을 역추적해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협상을 전후해 이 정부는 국민을 위한 차분한 설명에 실기한 채 “문제 없다”는 식의 임기응변으로 일관해왔다. 오역 파문이 터진 뒤에도 “협상의 내용이나 본질과 관련 없는 실무적 실수”라며 진화(鎭火)에 급급한 모습도 쇠고기 수입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는 도움이 되긴커녕 더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쇠고기 문제가 이렇듯 꼬여들면서 그것이 한·미 FTA 비준 동력 또한 그만큼 힘을 잃게 하고 있다. 우리는 쇠고기 협상을 전후한 실상을 그 실책과 함께 국민 앞에 제대로 알림으로써 경제의 외변을 확대시켜 나갈 FTA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되기 바란다. 금명의 FTA청문회가 쇠고기 청문회의 연장으로 변질된다면 국익과 미래를 모두 그르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