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아들 요한이가 재롱을 부릴 때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맛을 새롭게 느낍니다.”

김재민(57), 임양순(54)씨 부부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늦둥이 아들 요한(11)이 덕에 매일이 즐겁다. 김씨 부부에게는 요한이 위로 출가한 31살의 큰딸을 비롯해, 28살, 22살된 세 딸이 있다. 이들 부부는 요한이를 기르는 즐거움이 딸을 기를 때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김씨는 “할아버지가 되면 자기 자식보다 손자가 훨씬 더 예쁘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어린 요한이가 재롱을 부릴 때는 물론이고 말썽을 부릴 때조차도 사랑스럽기만 하다”고 웃음지었다.

서울시 물관리국 물관리정책과 5급 공무원인 김씨는 막내 아들 요한이를 가슴으로 낳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씨 부부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성가정입양원’을 알게 되면서 1999년 봉사 활동을 결심했다. 주로 미혼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 많은 성가정입양원은 아이들이 입양되기 전까지 돌봐주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한이도 ‘위탁양육’으로 처음 만났다. 1999년 1월, 두살 된 요한이를 돌보기 시작한 김씨 부부는 이내 정이 들었고, 1년 뒤인 2000년 1월엔 친자로 입양했다.

김씨는 “입양 전부터 이미 한 가족과 같았기 때문에 요한이를 입양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세 딸도 처음에는 나이 든 부모님이 고생하실까봐 걱정했지만, 요한이를 다른 가정으로 보내는 것보다 가족으로 삼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

요한이를 기르면서 김씨는 입양아 문제에도 적극 나섰다. 입양한 부모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며 입양에 대한 홍보활동을 펼치는 ‘입양가족협회’를 만들었고, 성가정입양원에도 매월 정기적인 후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씨는 “활동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입양에 대한 선입견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요한이도 공개 입양이지만, 아직 학교에는 입양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한 입양 부모가 학교에 입양사실을 공개했다가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럴 때마다 입양에 대한 부자연스러움을 개선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한다. 물론 요한이를 기르는 동안 입양 제도가 많이 개선됐다.

김씨는 “요한이를 입양할 때만 해도 입양수수료, 호적신고 시 늦은 출생신고로 인한 과태료 등 까다로운 절차가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며 “그러나 선진국처럼 입양 가족의 친밀감을 위한 입양휴가제도, 장애입양아에 대한 사회 프로그램 등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입양의 날(11일)을 맞아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회 입양의 날’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또 50년간 1000여명의 아동을 양육해온 김정숙 임마누엘 영유아원 원장은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며, 두 아이를 입양한 연극인 윤석화씨가 특별공로패를 받는 등 모두 39명이 정부로부터 훈장과 포상을 받는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