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통합민주당의 미래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81명의 당선자들보다도 더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배제 대상 11인’에 포함되는 바람에 전남 목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 주인공이다.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등 기존 민주당을 이끌어 온 대표주자들이 총선에서 줄줄이 탈락한 상황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 전 실장의 귀환은 향후 민주당의 세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무소속 출마 때부터 “당선돼서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한 박 전 실장이 복당할 경우, DJ와 가깝고 DJ의 철학과 정책노선을 계승하려 하는 당내 인사들이 민주당의 새로운 주류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옛 동교동계가 정치 무대에서 퇴장했다면 신(新)동교동계가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당선자들 중에는 김효석·이낙연·유선호 의원과 추미애·김영진 전 의원, 박선숙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 김희철 전 서울 관악구청장 등이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박 전 실장도 1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게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 앞으로 민주당에 돌아가면 나의 야당 경험, 국정 경험을 잘 조화시켜서 강하고 능력 있는 민주당, 정권교체를 준비하는 통합민주당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의 총선 결과를 평가한다면.

“이명박 정부 초기의 인사정책, 대북정책, 경제정책 등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의 견제역할에 큰 기대를 했다. 그런데 정치를 모르는 백면서생(白面書生)들이 정치인 공천을 해서 오늘날의 결과를 만든 것이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등 진보를 표방했던 사람들의 책임이다.”

―당밖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잖나.

“그래서 공천 때 손학규 대표에게 ‘순간 스타일 잡고, 영원을 망쳐선 안된다’고 말했었다. 외인부대는 순간의 박수를 받고 떠났다. 이제 무대를 지킬 사람은 누구인가.”

―언제 민주당에 복귀하나.

“내 감정도 추스르고 당과도 협의해서 결정하겠다.”

―손 대표와의 감정은 풀었나.

“풀리지 않았다. 나도 연락 안 했고, 손 대표도 연락 안 했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우정을 가졌었고, 어차피 함께 가야 할 사이다. 앞으로 대화해서 잘 풀겠다.”

―DJ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시각에 대해.

“이미 천명했던 것처럼 DJ는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DJ의 영향력은 국민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생생하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