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손학규(가운데) 통합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4·9 총선에서 개헌저지선(100석)도, 참패(60~70석)도 아닌 81석의 어중간한 성적을 거둔 통합민주당이 차기 당권을 향한 물밑 경쟁으로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이번 총선에 대한 책임을 지는 형식으로 차기 당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경쟁 구도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손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 전당대회를 치러 당이 안정된 체제로 18대 국회에 임하도록 하겠다”면서 “무엇보다 가건물 수준이었던 당을 지키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체제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는 당헌·당규상 4·9 총선 이후 3개월 이내 실시토록 돼있지만, 6월 초나 이르면 5월 말 18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당내에는 박상천(5선) 대표와 박주선(재선) 당선자 등 구민주계와 친(親)동교동계인 추미애(3선) 당선자, 정치적 위상 제고에 나선 정세균(4선) 당선자, 수도권 소장개혁파 등 대략 4개의 차기 당권 주자 및 그룹이 형성되고 있다. 먼저 구민주계는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놓고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신중식 의원은 이번 총선과 공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상천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신 의원은 10일 성명을 내 “박 대표의 호남 지역구 고집과 비례대표 공천에서의 계파안배 고집 등 전횡을 일삼은 낡은 정치 행태는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가져다 주었다”며 “이번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지냈던 박주선 당선자도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대참패”라며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구민주계가 당의 ‘얼굴’로는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한 초선 의원은 “제1야당으로서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호남당’이라는 과거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세력은 안된다”고 말했다. 구민주계 인사들의 당권 도전에 수도권 재선 이상 의원들의 ‘비토’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추미애, 정세균 당선자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탄핵 역풍 속에 4년간의 휴지기를 가지고 원내 복귀한 추 당선자는 ‘추다르크’라는 별칭에서 보이듯 왜소해진 당을 추스르고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추 당선자의 측근은 “본인도 당권 도전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영남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선명야당의 이미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당선자는 박지원 무소속 당선자 등 동교동계와 당내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김한길 그룹 등과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세균 당선자는 당내 복잡한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원만한 성품과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호남 출신이라는 게 약점이다.

이번에 원내 진입한 송영길, 김부겸, 원혜영 등 수도권 3선들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 송영길 당선자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잘못을 극복할 새로운 미래세력, 대안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천정배, 이미경 등 수도권에서 ‘생환’한 4선 중진들도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