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정치권의 시선은 ‘선거의 여인’임을 또다시 증명한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쏠려 있다. 공천 칼날을 휘두른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떨어진 반면 ‘공천이 잘못됐다’며 당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박 전 대표 결단이 결과적으로 표심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향후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대구 자택 방문 줄이어 = 총선 다음날인 10일부터 대구 달성군 화원읍 자택에는 박종근 홍사덕 구상찬 등 친박계 당선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선거기간 내내 달성에 ‘칩거’했지만 세찬 ‘박풍’을 일으켜 승리를 안겨준 박 전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오후 이해봉 당선자를 비롯해 경북지역 친박 무소속 이인기(고령·성주·칠곡)·정해걸(군위·의성·청송)·성윤환(상주) 당선자가 한꺼번에 달성 군내 모처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 고마움을 표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신의 지역구인 화원읍과 논공읍 등 달성지역 곳곳을 누비며 군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했다. 박 전 대표는 비를 맞으며 유세차를 탄 채 군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악수를 하면서 답례했다. 11일 오후에는 서청원 전 의원 등 친박연대 당선자 14명과 김무성 의원을 포함한 무소속 연대 12명 등 26명이 박 전 대표 자택을 방문한다. 이들의 ‘집단 방문’은 복당의지를 당지도부 등에 시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당밖 친박인사 복당 요구 = 박 전 대표는 친박 인사들에 대한 복당문제와 관련해서는 원칙적인 주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이미 복당 문제와 관련해 “그분들은 나가고 싶어 나간 게 아니라 쫓겨난 것”이라며 복당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기술적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당밖 친박 인사들을 무조건 복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복당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정부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인사차 온 친박연대 관계자에게 “한나라당이 국민 지지를 잃고 있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표심으로 나타난 것을 잘 알고 그것을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결과를 단순히 공천파동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한 달의 국정에 대한 불신임으로 봐야 한다는 맥락으로 보인다.

대구 = 박천학·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