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81명이 휴직계를 제출하고 지역구에 출마한 김연수(여·39) 체육교육학과 교수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이장무 총장에게 선출직 공무원으로 정치에 참여하려는 교수(폴리페서:politics+professor 정치와 교수를 합친 조어)의 휴·복직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며 예규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학교 차원에서 관련 규정 제정을 검토하고 나섰으며 고려대도 이르면 오는 2학기 중에 폴리페서 관련 규정을 제도화하기로 해 대학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 서울대 교수들, 폴리페서 강력 비난 = 서울대 교수들의 폴리페서 강력 제재에는 김 교수의 부도덕한 출마행보가 도화선이 됐다. 한나라당 남양주을 후보로 나선 김 교수는 지난달 7일 한나라당 남양주을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 교수는 20일 휴직계를 내면서 휴직 사유를 ‘정치 참여’가 아닌 ‘육아 휴직’으로 기재했다.

교육공무원법상 국회의원 당선이 될 경우 임기 동안 자동적으로 휴직이 되지만 그 전에는 휴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꼼수를 부린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대 사범대 인사위는 ‘합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김 교수의 휴직계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당시 사범대 인사위는 김 교수에게 휴직이 아닌 사직을 권고했지만 김 교수는 총선 출마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 측은 김 교수가 이번 학기에 개설한 생활체육정보학(석사 과정) 등 두 강의를 외부강사에게 맡겼다. 서울대 교무처는 “김 교수의 경우 육아 휴직이 아닌 게 누가 봐도 명백하기 때문에 휴직으로 처리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7일 김 교수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유세 중인 관계로 어떤 해명도 듣지 못했다.

김 교수의 부도덕한 행보가 알려지자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등 교수 81명은 지난 4일 지역구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에 진출하는 교수들의 휴·복직에 대한 예규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 출마 교수는 공천 직후나 사무실 개소 직후 휴직계 제출 ▲낙천이나 낙선, 혹은 당선 후 임기가 만료돼 복직 시 단과대학 및 본부 인사위원회 심의 ▲복직 후 안식년 없는 의무복무기간 부과 등을 주장했다. 교수들은 “국회의원 공천 신청을 하는 순간부터 교수는 대학에서 몸과 마음이 떠나 본연의 업무와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며 “오는 9일 총선 전에 건의문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 대학들 규정만들기 나서 = 서울대는 즉각 폴리페서 관련 규정 제정에 나섰다. 다만 이번 총선 전에는 시일이 촉박해 4월9일 이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려대도 폴리페서 관련 규정 손질에 나서 이르면 올 2학기 중에 확정한다는 계획이어서 대학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남기춘 고려대 교무처장은 “고려대는 장관이나 대통령 비서실 등 임명직의 경우 복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국회의원 등의 휴·복직 규정은 없다”며 “다음 학기 중에 규정을 확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교수가 정치권 진출 후 강단에 복귀하면 휴직기간의 세 배를 안식년 없이 의무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번 18대 총선에 출마한 교수 출신 후보자는 모두 49명에 달한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