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생한 경북 구미의 고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생가관리를 맡고 있는 생가보존회장 살해사건은 20대의 우발적인 단독범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4·9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고 박 대통령 생가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있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범인 강모(27)씨가 생가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제지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 지었다고 27일 밝혔다.

정우동 구미경찰서장은 “범행현장 폐쇄회로(CC)TV확인결과 강씨가 이날 생가를 구경갔다가 윗옷을 벗은 채 쓰레기를 줍던 중 ‘마당에서 쓰레기를 줍는 좋은 일을 하는데 김 회장이 ‘나가라’고 하자 기분이 나빠서 밀쳐 쓰러뜨린 뒤 흉기로 김 회장의 머리 등을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1시간여에 걸쳐 생가 마당에서 빗자루와 쓰레기통을 들고 다니며 청소를 했으며 직장 동료들도 청소에 강씨가 집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의 잔혹함과 별다른 정신병력이 없는 것에 비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다각도로 수사를 펴고 있다. 실제 경찰은 범행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당에 설치된 CCTV분석결과 김 회장은 옷가지가 모두 벗겨지고 손발이 앞으로 묶인 채 쓰러져 있었으며 그의 몸 위에는 호미가 놓여 있는 등 잔인하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강씨는 말과 행동이 비정상적이고 횡설수설만 하고 있어, 명확한 살해동기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총선을 앞두고 사건이 발생해 정당 가입 등 정치적인 성향에 대해 주변 인물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펴는 2000년 이후 정신병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은 강씨에 대해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씨는 전날 오후 5시40분쯤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내 마당에서 김 회장을 마구 때려 실신시킨 뒤 야외용 탁자에 올려 놓고 머리와 가슴 등을 흉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범행 후 김 회장의 옷과 피묻은 자신의 옷을 벗어 쓰레기통에 넣어 생가 입구에 갖다놓고 벌거벗은 상태로 다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추격에 사건발생장소로부터 500여m 떨어져 있는 D축산 옆 공터에서 격투 끝에 붙잡았다.

숨진 김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10년 후배로 생가 아래 세번째 집에 살고 있으며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후 1987년부터 줄곧 생가를 돌보며 추모사업을 전개해왔다.

한편 김씨의 피살 소식을 접한 박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측근들과 27일 오전 11시 영안실이 마련된 구미 순천향병원을 찾아 조문했으며 총선 출마 지역 국회의원들도 삼삼오오 찾아가 애도했다.

구미=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