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 김재학(81)씨를 살해한 강모(27)씨는 2개월 전부터 구미에 있는 에어컨회사에서 보조기사로 일해왔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강씨는 구미 모대학을 졸업한 뒤 상주 누나집에 살다가 홀로 떨어져 지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직장 동료들 역시 평소 성실히 일해 범행을 저지를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그는 유달리 깔끔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범행 이틀 전인 24일 사무실 주변 청소를 말끔히 한데 이어 하루 전인 25일에는 사무실에 근무복이 아닌 정장차림으로 나타나 사무실 주변과 자신의 차량에서 쓰레기를 모아 자신의 책상 위에 잔뜩 쌓아뒀다.

이를 두고 직장 동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평소 청소를 잘하는 성격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직장 상사들은 범행 전날 강씨가 피곤한 것으로 여기고 범행 당일인 26일에는 “집에 가서 쉬라”고 하자 강씨는 곧바로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생가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방문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피해 모자 달린 트레이닝복과 반바지를 벗은 알몸 상태에서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에 대해 강씨는 “주운 쓰레기를 주머니에 넣어서 지저분하고 걸어다니기 불편해서 옷을 벗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경찰은 생가 입구 쓰레기통에서 강씨가 버린 강씨와 김 회장의 옷가지와 김 회장의 주머니에서 꺼낸 현금 227만원, 100만원권 1장, 50만원권 1장, 10만원권 수표 41장이 들어있는 지갑 2개와 봉투를 발견하고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를 조사했으나 강씨는 “모든 것이 쓰레기”라고만 진술하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

직장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차량이나 사무실, 심지어 화장실 바닥자국까지 깨끗하게 할 정도로 청소에 대한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강씨 친척들은 “그가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주 평범하게 지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미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