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분주하다. 각종 선거에서 연승해 ‘선거의 여인’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지원 불가’를 천명한데다, 탈당한 계파 의원들의 복당을 시사해 당지도부와 마찰을 벌이고 있어 박 전 대표 지원유세가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바람몰이의 ‘흥행사’를 자처하며 가장 분주히 뛰고 있는 인사는 불출마 선언을 한 강재섭 대표다.

강 대표는 21일 대구 유재한(달서병)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시작으로 연일 서울, 대구, 충주, 대전 등 전국을 돌며 후보들의 사무실 개소식 등에 참석해 왔다. 강 대표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회의 후 대전 중앙시장을 시작으로 공주, 아산, 천안 등 충청권을 돈 후 저녁 경기 화성으로 이동해 화성을에 출마한 당직자 출신 박보환 후보 지지유세에 나서는 강행군에 나선다.

정몽준(동작을) 최고위원에게도 지원유세를 해달라는 러브콜이 전국에서 쇄도하고 있다. 당내 최다선(5선)인데다 지명도 때문에 지원유세 요청이 많다는 게 측근들 전언이다. 정 후보는 이미 지난주말부터 권기균(서울 동작갑), 신지호(서울 도봉갑), 홍정욱(서울 노원병), 이진동(경기 안산 상록을)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소장파의 대표주자인 정두언 의원도 전국 지역구에서 지원요청을 많이 받는 후보 가운데 하나다. 정 의원은 “사양했지만 당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전남북 등의 출마후보들이 지원유세를 요청해 연설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나경원(서울 중구) 전 대변인도 지명도가 높아 각 지역에서 지원사격을 부탁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이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져 앞으로 지원유세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 총선 후 당권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 행보 자체가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강 대표와 안상수(경기 의왕·과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김형오(4선·부산 영도), 홍준표(3선·서울 동대문을), 남경필(3선·수원 팔달) 의원 등을 주축으로해서 지원유세단을 꾸릴 계획이다. 김학송 전략기획본부장은 “선거 부담이 적은 중진과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세단을 꾸리고 지역별 요청이 들어오는 대로 연결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정치적 텃밭인 영남지역과 충청권에서는 박 전 대표만한 흥행사가 없다고 보고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의 지역유세를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