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4·9 총선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서 18대 총선 열전의 막이 올랐다. 5대1이 넘는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총선은 ‘국정안정론’을 내세운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 의석(150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여기에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 차기 대권 주자들의 정치생명을 건 한판 승부도 빼놓을 수 없는 초반 관전 포인트다.

◆‘국정 안정론’ 통할까 = 올초까지만 해도 지난해 대선 압승 이후 4개월 만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과반 확보를 의심하는 예측은 거의 없었다. ‘과반이 위태롭다’는 한나라당의 위기감을 ‘엄살’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설익은 정책남발과 극심한 공천 내홍, 내각 인선 파동을 겪으면서 한나라당의 ‘여당 프리미엄’은 완전히 소멸된 분위기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총선은 대선과 달리 견제와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며 “한나라당과 현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5일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의 방증이다. 수도권 한 후보는 “공천 때까지는 이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을 넣은 명함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것이 역효과를 낼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1월까지만 해도 전국이 파란색(한나라당 색깔)이었는데 지금은 노란색(경합지역) 지역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무소속 돌풍 부나 =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 탈락자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이번 총선의 최대변수로 등장했다. 이들은 ‘불공정 공천’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 유세를 보이콧하고 있는 데다 친박근혜계 공천 탈락자들을 간접 지원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영남의 경우 김무성(부산 남을), 유기준(부산 서),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과 홍사덕(대구 서) 전 의원 등 친박계 후보들이 10여곳 이상에서 한나라당 후보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지원(목포), 한화갑(광주 북갑), 강운태(광주 남구), 이호웅(인천 남동을), 신계륜(성북을) 전 의원과 김홍업(무안·신안) 의원 등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공동대표가 “국가 원로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호남에 대한 영향력이 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을 한 것도 ‘호남 무소속 돌풍’을 경계한 의미로 풀이된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무소속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 정치생명을 건 거물급 대결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 위원이 정면으로 맞붙은 서울 동작을은 이번 총선의 하이라이트 지역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두 사람 중 한 명은 총선 승패에 따라 정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 전 장관의 막판 뒷심 발휘 여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정치 1번지 종로를 선택한 손학규 민주당대표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에게 밀리고 있어 승부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 박지원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추미애 전 의원 등의 생환 여부도 관심거리다.

유병권·김성훈기자 ybk@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