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4·9총선 지원 행보를 시작했다.

DJ는 21일 긴 침묵을 깨고 차남인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명의로 낸 성명에서 “김 전 대통령은 ‘당은 비리에 관련된 사람을 배제할 책임도 있지만, 억울하게 조작된 일로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줄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고 DJ의 뜻을 전했다. DJ가 민주당 공천과정과 두 사람의 공천 배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최 비서관은 “김 의원의 경우, 같은 문제를 두고 지난번에는 괜찮다고 공천을 주고 이번에는 불가하다고 공천을 주지 않았는데, 김 전 대통령은 이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생각하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 비서관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직접 현지에 내려가 지원활동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님(DJ)은 계획이 없습니다. 여사님(이희호 여사)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해 이희호 여사가 직접 현지에 내려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박 전 실장이 20일 통합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전남 목포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고 김 의원 역시 무안·신안 ‘무소속 출마’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DJ의 선거 지원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로 여겨져왔다. 지난해 김 의원이 4·25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엔 이 여사가 직접 무안·신안 현지로 내려가 유세지원에 나선 바 있다. 김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구 민주당 공천을 받고 출마했던 당시 “우리 아들 홍업이를 국회로 보내주십시오”라는 이 여사의 호소는 선거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됐었다.

이번엔 김 의원과 박 전 실장 모두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로부터 ‘공천심사 배제 대상’으로 분류돼, 민주당 후보와 혈전을 치러야 할 처지다. 목포와 무안·신안 현지에선 상황이 더 열악해진 만큼, DJ 내외의 선거 지원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한나라당 공천결과에 연일 직격탄을 퍼붓고 있는 YS는 22일 공천에서 탈락한 김덕룡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갖는다. YS측 김기수 비서실장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이 22일 상도동 자택에서 김 의원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선 김 전 대통령이 탈락한 김 의원을 위로하고, 김 의원이 그간 나름대로 결심한 바를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